두부 만들기 실패
시부모님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농사를 지으신다. 밭이 집과 좀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주로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작물 위주로 하시는데 그중에 하나가 콩이다. 호랑이 콩이라고 얼룩덜룩한 호랑이 무늬가 있는 콩인데 강낭콩 같은 맛이 나며 주로 밥에 넣어먹는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콩밥을 남편과 아이가 무척이나 싫어해서 콩밥을 잘 안 하게 돼서 냉동실에 가득히 들어 있는 콩을 보니 문득 두부를 만들어 볼까 하는 실험정신이 생겼다.
호랑이 콩을 12시간 이상 불려서 믹서기에 갈아 담우주고 면포에 넣고 콩물을 짜내려고 했으나 면포가 작아서 간 콩이 튀어나가기도 하고 쉽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콩물이 맑게 나오지 않았고 찌꺼기가 섞이기도 했으니 꽤 되직한 콩물이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까지 왔는데 간수 만들어서 끌여는 봐야지. 혹시 모르지 않은가 만들어 질지도.
역시나 간수를 넣어 끓여 봤는데 몽글몽글 하게 맺히는 순두부의 느낌도 없고 그냥 조금 뭉치는 듯 보이긴 했는데 그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면포에 끓인 콩물을 붓고 무거운 냄비로 눌러보았는데 밑으로 나오는 물은 없고 그냥 그대로 굳어버렸다. 혹시나 해서(이 놈의 혹시나 해서) 굳은 두부?를 먹어보았더니 으웩 간수를 얼마나 부은 것이야. 짜서 먹을 수가 없다.( 몽글몽글 굳지 않으니 간수를 다 넣은 것이 이렇게 짜게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얻은 것은 콩 비지 뿐이였다. 이거라도 먹어야지. 곱게 간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거친 느낌의 콩비지는 콩비지 전을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콩비지 전 효능
간고기 대신 스팸을 하나 까서 비닐봉지에 넣어서 으깨주었다. 이러면 간도 따로 해주지 않아도 되고 아이도 잘 먹는다.
숙주를 잘게 썰어 넣어 섞어준다. 콩비지, 스팸, 숙주 그리고 이것만 넣으면 부칠 때 잘 찢어져서 부침가루를 한 컵 정도 넣어서 되직하게 만들어준다. 스팸의 짭짤한 맛과 숙주의 아삭함이 있어서 고소하고 맛있는 콩비지 전이되었다.
휴 이거라도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다. 시간을 엄청나게 낭비했는데 그래도 맛있는 콩비지 전을 얻었어.
콩비지는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많은 고 식이섬유 고단백 식품이라서 다이어트할 때 단백질 섭취에도 좋고 식이섬유가 많으니 변비가 있을 때도 좋은 식품이라서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라고 하지만 영양덩어리이다.
저녁 밥상 차리기
오늘의 저녁 밥상은 육개장(엄마표), 숙주나물, 배추김치, 양배추 샐러드, 콩비지 전이다. 두부 만들기는 절대로 쉽게 볼 일이 아니구나 했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곱게 갈지 않아서 일까 물을 덜 넣어서 일까 호랑이 콩은 두부를 만들기에 적당하지 않은 콩이었나? 두부는 사서 먹는 것으로 결론을 내며 집에 나머지 호랑이 콩들은 그냥 밥에 얻어 콩밥을 먹는 내가 리얼 100% 콩밥을 먹어야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저녁 메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스토랑)이찬원 찬또 쌈장 닭갈비 맛이 굿 (0) | 2022.12.07 |
---|---|
맛있는 삼진식품 딱 한 끼 어묵탕, 숙주 나물 저녁 메뉴 (0) | 2022.12.05 |
동대문 닭 한 마리를 집에서 (0) | 2022.12.02 |
겨울 냉이 효능 더덕 구이 (1) | 2022.12.01 |
대패삼겹살과 숙주를 사용해서 짬뽕 만들기(오늘 저녁 메뉴) (0) | 2022.11.23 |
댓글